여군묵은 쥐도 새도 모르게 와 있었고, 그는 임수정을 보고 있었다.임수정은 그에게 아무렇지 않게 인사했다. “대표님, 안녕히 계세요.”그리고 그녀는 자리를 떠났다.임수정이 가자 이정과 손효는 여군묵을 보며 굳어 있었다. 특히 손효는 창백한 얼굴이 조금 빨개졌고, 수치스러움과 난처함을 동시에 느끼고 있었다. 딱 보니 여군묵은 이미 나와 있었고, 방금 임수정이 했던 말들을 모두 들었다.손효는 용기를 내어 여군묵을 보았고, 여군묵은 그저 나무처럼 그곳에 가만히 서 있었다. 그는 덤덤한 눈빛으로 그녀를 훑어봤고 말로는 설명 못할 냉기가 느껴졌다.손효는 지금 자신의 모습이 매우 바보 같다고 생각했다. 임수정은 여군묵의 앞에서 자신의 치부를 드러냈고, 못난 계략들이 다 들통났다.그때 손효와 이정은 모두 여군묵을 보고 한 눈에 반했고,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제도의남자 여군묵은 여전히 멋있고 세련됐는데 그녀는 정작 볼품없었다.이때 여군묵은 아무 말없이 뒤돌아 떠났다.이정과 손효는 다리에 힘이 풀려 카펫 위에 주저 앉았다.......육한정은 2층에서 자신의 장모님이 역시 듣던대로 멋진 모습을 보자 그저… 엄지를 치켜들 수밖에 없었다.육한정은 자신의 선택에 기쁨을 느꼈고, 앞으로 그는 더 견고하게 장모님 곁을 떠나지 않을 생각이었다.이때 ‘띵’소리가 울리며 문자가 왔다.달이의 문자였다.육한정은 문자를 열어보자 동공이 수축됐다. 달이가 보낸 내용은 간단했다. –하이, 잘생긴 도련님. 도련님의 어머니가 오셨다고 알려드리고 싶어서요.엄마가 왔다고?육한정은 어렸을 때부터 엄마가 없었고, 엄마는 그의 인생에서 채워지지 못한 일부 같았다. 지금 달이는 문자로 자신의 엄마가 왔다고 말해주었다.육한정, “......”이때 ‘띵’ 소리가 또 울리며 달이에게서 문자가 한 통 더 왔다.육한정은 얼른 문자를 열어봤다. –맞다, 아버님도 오셨어요.육한정은 얼른 눈을 감았다.이때 달이가 또 문자를 보냈다.육한정의 마음은 더 이상 문자를 열어보고 싶지 않았
지금 육사작과 유영락은 각자 위층 아래층에 서서, 두 눈을 마주치고 있었고, 머릿속에선 과거에 서로를 가장 사랑했었고 아파했었던 시간들이 떠올랐다.세월이 이렇게 지났는데, 왜 아직도 그때의 젊음이 남아 있는 걸까?이때 임수정은 앞으로 다가가 유영락을 다시 뒤로 숨겼다. “대표님, 이제 만나셨으니까 저희는 일이 있어서 먼저 가볼게요.”임수정은 유영락을 데리고 떠났다.육사작은 유영락의 그림자가 자신의 시선에서 사라지자, 입을 벙긋하다가 빠르게 위로 올라 갔지만 이미 두 사람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없었다.“선생님.” 이때 예집사가 걸어왔다.육사작의 날카로운 얼굴은 어두운 불빛아래 비춰지고 있었고, 표정이 자세히 보이지 않았다. 그는 무거운 목소리로 “찾아봐, 두 사람 어디로 갔는지.”“네, 선생님.”......임수정은 유영락을 데리고 육가네 그룹 로비에서 나왔고, 임수정은 고개를 돌려 유영락을 봤다. “영락아, 솔직하게 말해 봐. 너 육사작이랑 다시 만나고 싶지?”유영락의 아름다운 얼굴은 덤덤했고, 감정이 요동치는 것 같아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빙긋 웃으며 “수정아, 만약 내가 그 사람이랑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있었으면, 그때 거기서 떨어지지 않았겠지. 나랑 그 사람은 다시 예전으로 못 돌아가.”임수정은 고개를 힘껏 저었다. “그래, 알고 있으면 됐어. 육사작 그 자식 그때 너한테 그렇게 상처를 주고 너를 절벽까지 밀어냈잖아. 지금은 육부인도 있고, 그 유미선. 그리고 그 사람 동생 육영도, 육가네 사람들 전체가 너를 좋아하지 않았다. 육 노인 빼고. 넌 이미 그 불구덩이에서 나왔으니 다시 뛰어 들지 마.” 예전 일들은 마치 꿈만 같았다. 유영락은 길에 서 있었고, 저녁 바람은 그녀의 치파오를 휘날렸다.임수정은 육사작에게 불만이 많았다. 이때 그녀가 고개를 들자 고급 클럽 하우스를 발견했다. 그녀는 손을 뻗어 유영락을 잡았다. “영락아, 육사작은 이미 늙었어. 아저씨라고. 우리 이제 그 사람 잊어야 해. 가자 내가 스트레스 풀어줄게.”“스
육사작을 언급하자 이 사장은 자신의 얘기를 했다. “그때 육가네 장남 육사작님은 그렇게 거만할 수가 없었어요. 백화점들을 다 주름잡고 있었고, 저희 아가씨들 몇 명이나 꼬셨는지 몰라요. 그분이 나타나는 곳에는 아가씨들이 다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고, 자신이 육부인이 되는 그 날을 상상하고 있었죠. 나중에 그 왕관이 유가네 따님에게 씌워졌을 땐 모두의 환상이 다 깨졌지만요. 그래서 그런 여자분들은 저희 클럽하우스에 오면 이 오빠를 선택하세요. 이 오빠가 육사작님이랑 매우 닮았잖아요.”임수정은 이 사장을 보며 이 여자도 육사작의 팬일 거라고 생각했다.임수정이 입을 열었다. “사장님, 오늘 너무 말이 많으시네요.”사장은 조금 억울했다. “......”그녀는 그저 소개만 했을 뿐인데.임수정은 옆에 있던 유영락을 보며 “영락아, 너가 이 오빠 고를래?”몇 초 후, 유영락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 사람으로 하자.”다른 남자들: 부럽다!......호화로운 방 안, ‘똑똑’ 소리가 울리며 예집사는 방으로 들어가 보고했다. “선생님, 영락부인의 위치를 알아냈습니다.”육사작은 창가에 서 있었고, 한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그의 말을 듣고 고개를 돌렸다. “말해.”陆“영락부인은 지금 XX클럽하우스의 계십니다, 거기에… 부킹하러 가신 거 같습니다.”육사작은 인상을 찌푸렸다. “뭐라고 했어?”“선생님, 영락부인께서는 지금 부킹하러 가셨습니다. 남자 두 명이나 부르셨고요.” 예집사는 이마에 식은땀을 닦으며 보고했다.육사작의 뚜렷한 이목구비는 삽시간에 어두워졌고, 귀가 터진 것 같았다. 그녀가 부킹을 갔다니!부킹은 남자랑 할 텐데, 그녀가 그런 곳에 가다니. 하, 그래.유영락, 안 본 사이에 참 대단해졌네!“하,” 육사작의 목에서 굵직한 웃음 소리가 나왔다. 그리고 차갑고 무서운 눈으로 예집사를 보며물었다. “혼자 갔어?”“아니요, 수정 아가씨도 계십니다. 수정 아가씨께서 대접하시는 자리입니다.”“......”임수정이 대접을 하다니.유영락에게
송명은 방키를 꺼내 문을 열었다.방문이 열리고 여군묵을 걸어 들어갔다. 하지만 그는 현관에 서서 더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다.그래도 그의 위치에서는 방 안을 충분히 볼 수 있었다.룸 안, 임수정은 손에 술잔을 들고 두 남자와 가위바위보를 하며 술게임을 하고 있었다.그녀는 주량이 약해서 이미 조금 취해 있었다.“자, 한 판 더 해.”임수정은 지는 걸 싫어해서 한 판 더 했지만 오늘 운이 별로 안 좋았는지 또 지고 말았다.“안되겠다, 오늘은 술 더 못 마시겠어. 이렇게 하자, 너희가 질문하면 내가 대답할게.” 임수정의 매끈한 볼에는 빨갛게 술기운이 올라왔고 목소리는 가볍고 부드러웠다.한 남자가 물었다. “남자친구 몇 명 사귀어 보셨어요?”임수정은 취해서 눈을 깜빡이며 곰곰히 생각을 하다가 손가락을 접었다. “한 명, 두 명, 세 명, 네 명… 셀 수가 없네. 너무 많아.”문 밖에서 송명은 이 대화를 다 듣고 있었고 조심스럽게 자신의 선생님 표정을 살폈다.여군묵의 표정은 이미 어두워져 있었고, 사실 방금 그 질문의 대한 대답을 그도 궁금해하고 있었다.그를 만난 이후에, 다른 남자가 또 있었을까?그는 지금 답을 얻었다. 있었다, 그것도 셀 수 없이 많이.여군묵은 차갑게 썩소를 지었고, 그건 마치 고양이가 먹이감을 찾은 듯한 웃음이었다.룸 안에 3사람은 아무것도 몰랐다.그 두 남자는 임수정을 보며 그녀가 취해있는 모습에 매력을 느꼈다.또 다른 남자가 물었다. “그럼 그 많은 남자들 중에 제일 싫었던 사람이 누구예요?”“당연히… 그 여군묵이라는 남자지. 맞아, 그 사람이 제일 싫었어!” 임수정은 흐리멍텅하게 대답했다. “난 그 사람이 너무 싫어. 아니 미워. 그것도 아주 아주 많이 미워. 대단한 것도 없는데, 그냥 좀 생기고 몸매 좋고 돈 많은 게 다였을 뿐이야.”“수정아!” 이때 한 사람이 쳐들어왔다. 유영락이다.유영락은 이미 옆 방에서 밖에서 나는 인기척을 듣고, 누군가 이 클럽 하우스를 부신다는 소식을 듣고 방문을 열고 나왔는데 경
이때 경호원들은 허리 숙여 인사를 하며 무겁게 입을 열었다.“......”임수정은 화장실이 안 가고 싶었는데, 갑자기 무거워진 상황에 놀라 바지에 지릴 뻔했다.경호원이 그녀의 앞길을 막자 다른 방법이 없어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방으로 들어갔다.이때 문 밖에서 무거운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여군묵이 물었다. “어디갔어?”“화장실에 계십니다.”여군묵은 바로 화장실로 왔다.큰일이다, 그가 왔다!임수정은 순간 긴장했다. 그에게 들키면 안되는데, 숨어야하는데 어디로 숨지?화장실은 겨우 이정도 사이즈인데.찾았다, 화장실에 큰 쓰레기통이 있고 완전 새거였다. 그녀는 얼른 달려가서 쓰레기통 뚜껑을 열고 쭈그려 앉아 다시 뚜껑을 닫았다.이때 ‘탁’ 소리가 들리며 화장실 문이 열렸다.몇몇 경호원들이 걸어 들어왔고 화장실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뒤에 여군묵이 따라 들어와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팟’ 라이터 키는 소리가 들리며 그는 담뱃불을 붙혔다.그는 이 모든 상황을 다 조종하고 있었다.임수정은 쓰레기통 안에서 구멍으로 바깥 상황을 다 보고 있었다.경호원들은 열심히 화장실을 뒤졌지만 그녀를 찾지 못 했다. “선생님, 아가씨가 사라지셨습니다.”못 찾으면 얼른 나가!임수정은 숨어서 가까이 있는 여군묵을 보고 있었고, 경호원들은 다 그의 뒤로 물러났다. 그는 묵묵히 담배를 피며 그 자태는 마치 꼭대기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제왕 같았다.연기가 그의 얼굴을 가렸고, 손에 들고 있는 빨간 담뱃불만 그의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 그는 깊은 눈동자로 화장실을 스캔하다가 시선이 쓰레기통에 멈췄다.임수정은 놀라서 몸을 웅크려 앉았다. 그가 발견한 건가?이 남자의 눈은 마치 어둠속 독수리처럼 날카로웠다.“다 나가 있어, 나 볼 일 좀 보게.” 늘 우아하고 기품 넘치던 여군묵은 장난스럽게 말했다.“네, 선생님.” 모두가 밖으로 나갔다.쓰레기통에서 몸을 숨기고 있던 임수정은 안도했다. 그가 그녀를 발견하지 못 했고, 그는 그저 볼일을 보
임수정의 동공은 수축되었고, 그녀는 그를 살짝만 꼬시려 했는데 이렇게 크게 반응을 보일 줄 몰랐다.역시나 여자를 많이 만나보지 않았던 그는 여자를 고파했고, 임수정의 눈에는 오히려 상대하기 쉬워졌다는 생각이 보였다.여군묵은 눈을 감지 않고 그녀를 보고 있었다. 그녀의 맑은 눈동자는 사람을 설레게 만들었고 초롱초롱하게 그를 보고 있는 모습은 사람을 쉽게 유혹했다.여군묵은 천천히 눈을 감으며 그녀가 거부하지 않자 더 깊숙히 들어갔다.아.임수정은 그의 이빨이 입술에 긁혀서 통증을 느껴 소리를 내었다.여군묵은 얼른 그녀를 놔주고 손으로 벽을 기대고 있었다. 그는 당황했다, “......”그는 경험이 없었다.유일한 경험이 그 날 저녁이었다.그 날 밤 두 사람은 목적이 확실했고, 서로 잘 알지 못 했지만 이렇게 긴장감이 넘치지도 않았다. 지금 여군묵은 누가 봐도 낯설어 하고 있었고, 내리 깔은 눈동자는 순수했으며 귀공자의 깨끗함이 돋보였다. 그는 미안하다고 말했다.임수정은 그의 목소리가 참 감미롭다고 생각했고, 그녀는 두 손을 뻗어 그의 목에 팔을 감싼 뒤 부드러운 목소리로 장난을 쳤다. “대표님, 어떻게 하는지 모르세요?”여군묵은 그저 입술을 벙긋거리며 아무 대답을 하지 않았다.임수정은 그에게 일부러 가까이 갔다. “그럼, 제가 알려드릴게요.”이번엔 그녀가 입을 맞췄다.여군묵은 그녀의 허리를 감싸고 눈을 감았다.두 사람은 한참을 입을 맞추다가 귓가엔 듣기 민망한 소리들만 울려퍼졌다.임수정은 이제 물러난 뒤 자신의 얼굴을 그의 품에 묻었다. “대표님, 제가 아직 샤워를 안 해서요. 샤워부터 하고 싶어요.”여군묵은 눈을 뜨고 그의 맑은 눈동자는 어느새 활활 타오르며 목젖이 요동치고 있었다. 그는 입을 맞추고 싶은 마음을 겨우 참았다. 다 성인남녀이니 샤워가 제일 먼저인 걸 알았을 테다.여군묵은 그녀를 놔주고 말했다. “가요.”임수정은 아쉬운 눈빛으로 그를 보았다. “아니면, 우리 같이 씻을까요?”여군묵의 눈동자는 변했고 손을 뻗어 그녀를
여군묵의 인맥은 안 통하는 곳이 없었기에 모기 한 마리도 빠져나갈 수 없었다.유영락은 방으로 돌아왔지만 임수정이 걱정되어 핸드폰을 꺼내 육한정에게 문자를 보냈다.문자가 막 발송되자 귓가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예쁜 누나, 하이.”유영락이 고개를 들자 그 남자는 고양이 머리띠를 쓰고 그녀의 앞에서 엉덩이를 흔들었다.“......”유영락은 이 남자가 육사작의 시크한 얼굴을 닮은 걸 보고 마치 육사작이 고양이 머리띠를 쓰고 엉덩이를 흔드는 것 같아 차마… 보기가 힘들었다.육사작은 절대 이런 일을 못 할 것이다. 그는 묵직하고 기품 넘치는 사업계의 왕이었고, 이런 일은 절대 그와 어울리지 않았다유영락은 갑자기 오래 전 육사작과의 첫 만남을 회상했다.그 당시 그녀는 아직 학생이었고, 어느 날 학교가 난리가 나서 강당으로 나가보니 여자들이 떠들썩했었다.“빨리 와, 육사작이 왔어!”“오늘 육사작이 우리 학교에 강의하러 왔데. 오늘 드디어 제도에서 제일 잘 나가는 사업가를 만날 수 있게 됐어!”“진짜 엄청 잘생겼다던데?”유영락은 차분한 성격이라 사람들 틈에 낄 생각이 없어 가려고 했지만 친한 친구가 그녀를 붙잡았다. “영락아, 우리도 가보자. 육사작이잖아!”유영락은 그렇게 끌려갔다. 그 날 그곳은 인산인해였고, 그녀는 사람들 사이에 껴서 강연 무대를 보자 한 눈에 육사작을 볼 수 있었다.그 시절 젊었던 육사작은 한창이었다. 제도에서 제일 잘 나가는 육가네 집안의 장남으로, 태어날 때부터 거만했다. 그는 완벽하게 육가네의 모든 재산을 물려 받았고, 18살 때부터 자신의 이름으로 된 첫 회사를 차렸으며, 개인 재산은 포브스 부자 순위에 올라 제도에서 제일 재산이 많은 사람으로 알려져 있었다.그 날 육사작은 딱 맞는 검은 색 양복을 입고 있었고, 꼿꼿이 선 채 무대 위로 올랐다. 그 깊은 눈동자는 현장을 압도했으며, 마치 제왕이 군림한 것처럼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유영락은 다시 눈을 깜빡인 뒤 그 날의 기억을 머릿속에서 지우려 했다. 그
유영락은 뒤돌아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이때 귓가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밖에 누구에요?”유영락, “…”이때 사람이 걸어나왔고 예집사였다.예집사는 밖에 유영락이 있는 걸 몰랐는지 그는 매우 놀라서 크게 말했다. “영락 부인, 어떻게 여기에 계시죠?”조용히 떠나려던 유영락, “…”이때 무거운 발걸음 소리가 들리며 육사작이 나왔다.유영락은 맑은 눈동자로 육사작의 깊은 눈동자를 보았고, 그는 그녀를 보고 있었다.그 순간 두 사람은 서로의 눈을 보며 눈빛을 교환했다.분위기가 금세 무거워졌다.이때 유영락은 침묵을 깨고 빙긋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육 선생님,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뵙네요.”육사작은 그녀를 보며 많은 시간이 지났고, 장장 20년이 지났는데 그녀는 하나도 안 변한 것 같지만 또 많이 변한 것 같았다.당시에는 애증의 관계였다. 그녀는 한강에서 떨어지기 전에 직접 자신의 손으로 배를 갈라 아이를 꺼냈고, 그녀가 떠나던 그날 밤, 새벽에 가위를 들고 그가 잠에 들었을 때 해치려고 했다.지금 그녀의 맑은 눈동자엔 어느새 예전 같은 느낌을 찾아볼 수가 없었고, 세월이 지나서 더 평온하고 온화해 보였다.육사작은 그녀를 보며 날카로운 얼굴로 말했다. “아직 안 죽었어? 난 이미 죽은 줄 알았는데.”옆에 있던 육사작은 의아한 듯 그를 보며, 그가 그동안 영락부인을 오랫동안 찾아 헤맸는데 첫 인사를 이런 식으로 하다니, 정말 이상했다.예집사, “......”유영락은 속으로 안도하며 그녀는 그가 차라리 차갑게 자신을 남처럼 대하길 바랐다.유영락은 이미 오래 전부터 과거를 떠올리지 않았고, 지금의 그녀는 육사작과 대립하고 싶지 않았가. 그들에겐 아들 육한정도 있으니 말이다.“다시 살아 돌아온 게 선생님을 실망시켜 드렸나 보네요.”“안 죽었었으면 왜 안 돌아왔어?” 육사작의 눈빛은 너무 어두워서 빛 한 줄기도 보이지 않았고 보기만 해도 무서울 정도였다.무슨 뜻이지?유영락은 그를 보았다.“넌 그래도 한정이 엄마잖아. 그동안 한
백지은은 줄곧 장한이 자신에 대해 책임을 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그의 소식을 기다리지 못했다. ‘무슨 뜻일까?’백지은은 결국 참지 못하고 집까지 찾아왔다.멀리서 장한과 임불염이 함께 서있는것을 보게 되었는데, 두 사람이 무슨 말을 했는지 알 수 없었다.장한은 임불염을 차에 태웠고 임불염은 그대로 떠났다.백지은은 재빨리 주먹을 잡아당겼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설마 사랑이 되살아 난거야?’‘아니! 절대 그렇게 둘 수 없어!’백지은은 한 걸음에 달려가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한오빠, 방금 임불염이 온 거 아니야? 두 사라미 이혼한다고 그랬잖아...... 나한테 책임지겠다고 약속했잖아...... 근데 어떻게 이럴 수 있어?”장한은 백지은을 한 번 보고는 방으로 들어갔다.그러자 백지은은 뒤를 쫓아가서 그에게 매달렸다.“한오빠, 오늘 나한테 확답을 줘! 난 모든 걸 오빠한테 줬는데, 이렇게 날 버리면 안 돼잖아.”장한은 그녀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이혼할거야. 근데 뱃속에 내 아이가 있어. 그냥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는 없잖아.”말하면서 장한은 백지은을 쫓아내고 문을 닫았다.문밖의 백지은은 질투심으로 얼굴이 일그러졌다.‘임불염! 너도 네 뱃속에 아이도 내가 다 죽여버릴거야!’백지은은 스피드를 올려 돈을 써서 용맹한 사나이 몇 명을 찾았다.“천만원 줄테니 가서 임불염이라는 여자 잡아서 강에 던져! 완전히 사라지게 해!”돈에 눈이 먼 그들은 즉시 승낙했다.“좋습니다! 먼저 돈 부처 보내시죠! 그럼, 당장 가겠습니다.”“그래.”백지은은 흔쾌히 승낙했고, 그녀는 돈을 이 몇 사람의 계좌에 넣었다.이틀 동안 백지은은 줄곧 소식을 기다렸다.임불염의 사망소식이 전해지기를 기다렸지만 도무지 연락이 오지 않았다.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불안감이 들었다.뭔가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백지은은 당황해서 일단 숨으려고 옷 두 벌을 챙겼다.그러나 문을 열자마자 제복을 입은 경찰이 보였다.“백지은씨 입니까? 살인매수
그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백지은은 조금 두려웠다. 그녀가 믿는지 안 믿는지 짐작이 안 갔고 그가 자신이 한 짓을 책임을 질지 안질지도 몰랐다.그녀는 곧바로 옷을 입고는 장한의 곁에 다가갔다.“오빠, 저는 이제 오빠의 사람이에요. 오빠에게 향한 내 마음을 오빠도 잘 알거예요. 난 오빠를 좋아해요. 그리고 오빠에게 시집가고 싶어요. 이렇게 내 첫 경험을 주었으니 오빠가 책임을 지지 않으면... 난 살지 않을 거예요.”백지은이 훌쩍거렸지만 장한은 여전히 말을 하지 않았다.“오빠, 그럼 전 그냥 죽을게요.”백지은은 몸을 돌려 벽에 박으려했다.그때 장한이 백지은을 잡아당기며 진중하게 말했다.“지은아, 뭐하는 거야. 난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한 적 없어.”순간 백지은은 너무 기뻤다.그가 자신을 책임지려한다?“오빠, 오빠도 나한테 호감이 있다는 걸 알아요.”백지은은 곧바로 장한의 단단한 허리를 안고 그의 품에 얼굴을 파묻었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장한이 그녀를 밀쳐냈다.“하지만 조금 기다려야 해. 난 지금 널 책임질 수 없어. 나랑 임불염의 일이 아직 끝나지 않았어.”백지은은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 오빠. 절대 저버리지 말아요.”장한은 그녀를 힐끔 보더니 문을 열고 떠났다.백지은은 너무 기뻐 방에서 빙글빙글 돌았다. 그녀는 마침내 장한을 손에 넣었다.드디어 그를 가졌다....한편 장한은 방을 나와 코너를 돌아 신속히 다른 방으로 들어갔다.방에 들어서자마자 월월이의 여린 목소리가 전해왔다.“아빠.”장한은 곧바로 월월이를 안더니 아이의 볼에 뽀뽀했다.“월월아, 엄마는?”그때 임불염이 걸어 나왔다.“왔어? 당신이 아직도 부드러운 꿈에서 안 깬 줄 알았어.”그녀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그를 힐끔 보았다.“내가 보기에 당신 지금 아주 설레는 거 같은데? 어젯밤 백지은과 아무 짓도 안했어?”“아무 것도 안 했어. 백지은이 내 미색을 노렸지만 내가 곧바로 발차기를 날렸어. 발차기를 몇 번 날리니 조용해졌어. 날 만지지도
아파.백지은은 너무 아파 곧바로 눈물이 났다.그녀는 고개를 들어 억울한 눈빛으로 침대 위의 남자를 보았다.“보스.”침대 위의 장한은 몸을 뒤척이며 또 그녀를 등지고 잤다.이 순간 백지은은 이 남자가 고의로 한 것이라고 의심했다. 고의로 그녀를 희롱한 후에 발로 그녀를 침대에서 찼다.여자로서 침대에서 내동댕이쳐진 게 너무 창피했다.백지은은 엉금엉금 기어 다시 장한의 곁에 다가갔다. 그는 눈을 감고 숨을 가쁘게 쉬는 것이 술에 많이 취한 것 같았다.“보스. 보스.”백지은이 시탐하듯 여러 번 불렀다.장한은 아무런 반응도 없이 자고 있다.백지은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내가 생각이 많은 것이겠지?’‘그럴 거야. 그렇게 많은 술을 마셨으니 틀림없이 취했을 거야.’백빙은 샤워실 문을 열고 샤워하러 들어갔다.그녀는 깨끗이 씻은 뒤에 몸에 흰색 샤워가운을 걸친 채 겨우 중요부위를 막았다.거울 속의 여자는 한창 청춘이다. 생기발랄하고 예쁘게 생겼다.백지은은 자신에 대해 매우 만족한다.그녀는 방에 들어가 침대에 올라가 장한의 곁에 누웠다.“보스.”그는 반응이 없다.백지은이 용기를 내어 그의 셔츠 단추를 하나하나 풀자 그의 건장한 상반신을 드러냈다.남자는 근육이 탄탄하고 가슴이 널찍했으며 완벽한 식스팩은 야성미가 넘쳤다.백지은의 눈이 반짝였다. 그는 그녀가 생각했던 대로 아주 완벽했다.백지은은 곧바로 달려들어 그를 가지려했다.하지만 장한은 또다시 다리를 들어 그녀에게 발차기를 날렸다.아이고.백지은은 또다시 그대로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너무 아프다.이번에는 온몸이 깨질 것 같았다. 장한은 점점 더 세게 찼다.어떡하지?그가 아예 건드리지 못하게 한다.백지은은 붉은 입술을 깨물었다. 애초에 오늘 저녁에 그를 가져 그의 여자가 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잠든 그는 너무 경각심을 높아 그녀에게 손을 댈 기회를 주지 않았다.이대로 가다가는 그를 깨울 것이다.백지은은 잠시 생각한 뒤 침대에 올라가 장한의 곁에 누웠다. 이
“보스, 왜 이렇게 혼자 술을 마셔요. 나랑 같이 마셔요.”백빙은 자신에게 술 한 잔을 따르고 단숨에 다 마셨다.장한은 그녀를 보는 체 하지 않았지만 쫓지도 않았다. 그녀가 술을 한 잔 마신 후에 그도 술을 한 잔 마셨으니 그녀에게 대응해주는 셈이다.백지은은 희망을 보았다. 이전에 장한은 그녀에게 대꾸조차도 하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임불염이 가니 그녀의 자리가 생겼다.그녀가 한 모든 노력은 다 가치가 있는 것이다.백지은은 기회를 틈타 재빨리 말을 걸었다.“보스, 임불염 때문에 기분이 나쁜 거예요? 그녀는 정말 너무 철이 없어요. 그녀는 현처가 될 수도 없고, 양모가 될 수도 없고, 당신을 전혀 아끼지 않아요. 그런 여자랑 살면 더 힘들어져요. 보스, 빨리 그녀를 잊어요.”백지은은 말하면서 장한에게 술 한 잔을 따랐다.장한은 침묵했지만, 술잔을 들더니 백지은이 따른 술을 단숨에 다 마셨다.백지은은 장한에게 계속 술을 따라주었고 목소리도 갈수록 부드러워졌다.“보스, 밖에는 좋은 여자가 아주 많아요. 임불염만 잊는다면 당신의 주위에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아주 많다는 걸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당신은 더 좋은 인생을 누릴 자격이 있어요.”장한은 침묵하며 또 한 잔의 술을 다 마셨다.이렇게 장한은 술을 여러 병 마시고 곧바로 쓰러졌다.단단한 등이 나른하게 소파 의자에 기대더니 눈을 감았다.취한 것일까?백지은은 조심스럽게 장한을 잡아당겼다. 장한이 자신을 밀쳐내지 않자 백지은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보스, 취했어요?”장한이 애매하게 대답했다.“보스, 이렇게 해요. 제가 부축해줄게요. 방에 들어가서 쉬어요.”장한은 거절하지 않았다.백지은이 그를 부축해 두 사람이 방으로 걸어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방에 도착했다.백지은이 장한을 침대에 눕히자 장한이 눈을 감더니 태양혈을 손으로 만졌다.“보스, 제가 만져줄게요.”백지은은 손을 뻗어 자상하게 관자놀이를 주물러주었다.그리고 그녀도 천천히 침대에 올라가 장한의 곁에 누웠다.
임불염의 나근나근한 호칭을 들은 장한은 그녀의 입술에 키스했다....한편 백지은은 아주 조급하다. 그녀는 여태껏 장한과 임불염이 이혼하기를 기다렸으며 그 틈을 타 장한의 옆자리를 독차지하려 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절친 양소희가 도착했다. 양소희는 지난번 몰래 비타민을 낙태약으로 바꿔 임불염에게 전한 사람이다.그녀가 아주 기쁘게 말했다.“지은아, 전할 좋은 소식이 있어.”“무슨 좋은 소식?”“보스와 임불염이 싸우고 있어. 임불염이 이사까지 했어.”백지은의 눈동자가 반짝였다.“진짜야?”“물론 진짜지. 가서 봐봐. 아주 많은 사람들이 구경하고 있어. 나도 방금 거기에서 온 거야. 널 만나자마자 이 기쁜 소식을 전하고 싶었어.”“그럼 빨리 가보자.”백지은은 재빨리 장한에게 달려갔다. 아니나 다를까 아주 많은 사람들이 구경하고 있었으며 장한과 임불염은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싸우고 있었고 임불염은 자신의 캐리어까지 들고 있었다.모두들 싸움을 말리고 있다.“형, 형수님이랑 싸우지 말아요. 형수님의 뱃속에 아이도 있잖아요. 형수님을 이해해줘야 해요.”“맞아요. 형. 싸우지 말아요. 빨리 형수님을 달래줘요.”임불염이 곧바로 입을 뗐다.“달래줄 필요 없어요. 우리는 이미 이혼 신청을 제출한 상태예요. 이혼 조정 시기만 지나면 이혼이 성사될 거예요.”장한이 임불염을 바라보며 말했다.“이렇게 된 이상 각자 좋은 길을 찾자. 넌 네 길을 가고 난 내 길을 가면 돼.”“그래. 지금 갈게.”임불염은 트렁크를 들고 차에 올랐다.“형수님, 가지 마세요. 형은 단지 화가 나 있을 뿐이에요.”임불염은 아랑곳하지 않고 차문을 닫고 운전기사에게 말했다.택시가 임불염을 태우고 모두의 시선 속으로 사라졌다.“형, 정말 이러면 안 돼요. 형수 혼자 밖에 있으면 얼마나 위험해요. 빨리 형수를 달래요.”“나는 달래지 않을 거야. 우리는 이미 이혼했어. 다 끝났어. 모두 비켜!”쾅하고 장한도 문을 닫았다.구경꾼들은 서로 눈을 마주치며 어떻게 해야 할지
왜 갑자기 말이 이렇게 된 것일까?장한은 그녀가 말하다가 화를 낼까 얼른 그녀를 안고 용서를 빌었다.“염아, 미안해. 나도 이렇게 다른 여성에게 휘말리기 싫어.”그러자 임불염이 그의 단단한 허리를 안았다.“그럼 어떻게 백지은을 손보려고?”장한은 잠시 고민을 하다 그녀의 귓가에 대고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임불염은 아주 좋은 아이디어라고 머리를 끄덕였다.“그럼 그렇게 하자. 백지은의 꼬리가 드러날 거야.”“응.”“빨리 일어나. 월월이가 돌아올 시간이 됐어.”장한은 그녀의 아름다운 작은 얼굴을 감싸더니 고개를 숙이고 그녀에게 키스했다.“아직 시간이 좀 있어. 난 너랑 더 있고 싶어.”임불염은 마음이 설레어 두 손으로 그의 목을 안았다.잠시 키스를 한 뒤 그녀는 그의 손이 자신의 옷 단추를 만지고 있다는 걸 느꼈다.그녀가 곧바로 작은 소리로 말했다.“안 돼. 나 임신했어.”장한은 곧바로 자기 자리로 옮겨 누워 머리를 비추는 불빛을 바라보았다.의사가 임신초기는 성생활을 하면 안 된다고 했으니 그는 그녀를 만지면 안 된다.이제 시작인데 이렇게 힘들면 앞으로는 어떻게 할까?임불염은 그의 곁에 눕더니 자신의 붉은 입술을 깨물고 그의 몸 위에 앉았다.장한은 기뻐하며 그녀의 얼굴을 감싸며 키스했다.“역시 염이 넌 날 아끼는 거 같아.”...주 아주머니가 월월이을 데려오자 월월이는 깡충깡충 방으로 뛰어갔다.“아빠, 엄마, 나 왔어요.”그때 장한이 걸어 나오더니 방문을 닫고 월월이를 번쩍 안아 볼에 뽀뽀했다.“월월이 왔어?”“아빠, 엄마는 어디 갔어요? 엄마와 동생을 보고 싶어요.”“엄마는 지금 아주 피곤해서 쉬고 있어. 조금 있다 엄마 보러 들어가면 안 될까?”“네.”잠시 후, 임불염이 나왔다. 그녀의 얼굴은 한껏 상기되었다. 눈치가 빠른 월월이는 얼른 눈치를 챘다.“엄마, 너무 예뻐요.”“월월아, 그럼 예전에는 안 예뻤어?”“예전에도 예뻤지만, 지금은 더 예뻐요."임불염이 장한을 힐끔 보자 장한도 그녀를 보고 있었다.
두 사람은 최선을 다해 키스를 했다.임불염이 키스를 멈췄지만 장한은 여전히 그녀를 꼭 안고 있다.“염아, 네 손을 놓기 무서워. 지금 이 상황이 너무 좋아.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아. 널 놓아주면 곧 이 꿈에서 깰 거 같아.”그때 임불염이 입을 벌려 그의 입술을 가볍게 물었다.장한은 아파 눈을 번쩍 떴다.임불염의 초롱초롱한 눈동자가 그를 바라보고 있다.“지금도 꿈이라고 생각해?”장한은 입꼬리를 씩 올렸다.“아니. 이건 진짜야. 네가 내 앞에 있어!”임불염은 달콤하게 그의 품에 안겼으며 드디어 마음속의 이 고비를 넘겨 마음이 편하다고 생각했다.장한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염아, 앞으로 우리 네 식구 행복하게 살자. 더 이상 뱃속의 아이를 건드리지 않을 거지?”장한이 그녀의 작은 배를 어루만졌다.“내가 언제 뱃속의 아이를 건드린다고 했어? 비록 널 원망했지만 뱃속의 아이를 다치게 할 생각은 한적 없어.”장한은 순간 굳은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하지만 넌 이전에 몇 번이나 아이를 지우려고 했잖아.”임불염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소리야. 내가 언제 아이를 지운다고 했어. 난 그런 적 없어.”그때 장한이 벌떡 앉았다.“기억 안나? 내가 그때 병원에 달려갔을 때 의사가 너에게 유산수술을 해주려고 했잖아. 내가 조금이라도 늦었으면 아이를 지웠을 거야.”그 일을 생각하면 장한은 아직도 가슴이 두근거린다.임불염도 덩달아 앉더니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난 지금까지 유산수술을 한 적 없어. 그날 난 초음파검사를 하러 간 거야. 그리고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어. 눈을 떴을 때 이미 너에게 안겨 돌아온 뒤였어.”뭐라고?장한은 그제야 무엇인가 떠올라 미간을 찌푸리며 질문을 했다.“그럼 낙태약을 먹은 적도 없어?”“무슨 약을 말하는 거야? 그 병에 있는 알약 말이야? 그건 비타민이야. 네 부하가 나에게 준 거야. 아직 한 번도 먹은 적 없어.”장한은 곧바로 아주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그가 오해했다. 아주
임불염이 그를 밀어내려했지만 아무리 힘을 주어도 밀어낼 수 없었다. 아마도 그녀는 그제야 자신의 마음을 마주했을 수도 있다.그녀는 진짜 그를 사랑하게 되었다.장한은 곧바로 그녀를 번쩍 들어안아 차에 앉아 집으로 돌아갔다....임불염은 침대에 누워 휴식을 취하고 장한은 그녀를 꼭 껴안았다. 그 순간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며 마치 두 사람의 마음은 수많은 인파를 헤치고 꼭 붙은 것 같았다.임불염이 등지고 있었기에 가녀린 옷을 사이에 두고 그의 박력 넘치는 심장소리까지 들을 수 있었다.그때 장한이 그녀의 부드러운 머릿결에 키스하였다“염아, 내가 이전에 많은 잘못을 저질렀어. 하여 감히 네가 날 사랑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어. 지금 내가 가장 바라는건 네가 내 곁에 남아 내 사랑을 받아들이고 내 아내가 되어주는 거야. 그리고 아이랑 같이 천천히 늙는 거야.”임불염은 콧방귀를 뀌었다. “그래? 난 아직도 네가 이혼하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난 그냥 너에게 자유를 주고 싶었던 거야. 이혼 절차가 늦어 네가 기분 나쁜 줄 알았어.”그때 임불염이 몸을 돌려 주먹으로 그를 사정없이 때렸다.“그럼 백지은과는 어떻게 된 거야. 내 눈으로 네가 백지은이 데이트하는 걸 봤어.”“장한, 넌 정말 대단한 사람이야. 감히 나 몰래 백지은과 만나고 있었어? 사실 나한테 미리 다 얘기해주면 우린 이렇게까지 할 필요도 없었어.”그때 장한이 그녀의 주먹을 잡아당기더니 꼭 감쌌다.“염아, 내 말 좀 들어봐. 어젯밤은 백지은이 날 부른 거야. 너에 대해 할 말이 있다고 했어.”“백지은이 뭐라고 했는데?”“네 험담을 해서 화가 나 먼저 돌아온 거야.”그런 걸까?임불염은 자신의 손을 힘껏 내리쳤다.그러자 장한이 조심스레 그녀의 콧대를 만지며 싱긋 웃었다.“염아, 너도 질투할 줄 아네. 처음으로 네가 질투하는 걸 봤어. 게다가 나 때문에 질투하는 거.”질투?임불염은 그제야 자신이 질투한 사실을 알았다. 그렇지 않으면 그녀는 왜 이렇게 감정기복
한 사람이 차에 치여 바닥에 누워있고 주변이 온통 피범벅이었다. 사람들이 막고 있어 임불염은 그 사람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그녀는 순간 다리에 힘이 풀리고 머리가 혼란스러웠다.장한일까?방금 그가 물건을 가지러 간다고 하고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설마 그일까?임불염의 맑은 눈시울은 순간 빨갛게 변하더니 서서히 눈물이 고였다.촘촘한 속눈썹을 깜빡이자 진주알 같은 눈물이 떨어졌다.그녀가 울고 있다.이 순간 그녀는 사고를 당한 사람이 장한일까 봐 너무 무서웠다.“좀 비켜주세요! 좀 비켜주세요!”이때 구급차가 도착하더니 다친 사람을 들것에 실었다.임불염은 마침내 그 사람의 얼굴을 똑똑히 보았다. 그는 장한이 아니다. 아니다!“염아!”이때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임불염이 곧바로 몸을 돌리자 건장한 장한이 그녀의 시선에 들어왔다.그는 성큼성큼 다가와 눈물범벅이 된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더니 미간을 찌푸렸다.“왜 나온 거야? 왜 울었어? 무슨 일이야?”그는 곧바로 그녀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임불염은 자신의 다리가 아직도 나른한 것 같았으며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는 지금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앞에 서있다. 그는 아무 일도 없다.“방금 어떤 사람이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난 너인 줄 알았어.”임불염은 목이 메었다.그 순간 장한은 재빨리 상황을 알아차리고는 그녀를 품에 꼭 끌어안았다.“바보야, 나 아니야. 무서워하지 마. 난 이렇게 잘 살아있어.”임불염은 손을 내밀어 그의 단단한 허리를 꼭 끌어안았으며 그의 따뜻한 체온이 전해진 뒤에야 실감이 났다.그는 정말 살아있다.그녀는 곧바로 자신의 얼굴에 가득한 눈물을 닦았다.“물건 잘 챙겼어? 그럼 들어가서 이혼하자!”그녀는 아직도 이혼할 생각을 하고 있다.그러자 장한이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염아, 이 상황까지 되었는데 아직도 나랑 이혼하고 싶어?”“무슨 뜻이야?”“염아, 넌 날 사랑하게 되었어. 그렇지?”뭐라고?임불염은 순간 멍하였다.장한이 그녀를 빤히 바라보